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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정신

 

Scuola di Atene


철학적 정신은 앎()에 대한 사랑이다.”

인간은 본래 무지한 존재요 무지한 까닭에 더욱 더 알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는 것에도 종류가 있다. 개별적특수적 앎인 경험적 앎과 보편적원리적 앎인 학리적(이론적) 앎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도 철학은 학리적 앎을 추구한다. 따라서 처음의 개념 규정은 철학적 정신은 학리적 앎을 향한 사랑(愛知)이다.”로 구체화 된다.

 

무지를 자각한 인간은 경이(thaumazein)을 경험한다. 무지하기에 놀랍고 낯설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이 놀라움과 낯섦은 하나의 심정(pathos)이다. 그렇기에 pathos로서의 경이는 철학의 시초(arche). pathos는 흔히 정열’, ‘격정등으로 번역이 되나 '감내', '감수'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경이의 pathos’는 경이의 감내이다. 이것을 조금 더 풀어서 써보면 철학적 사유에 있어서 가장 지배적인 것은 근원에 대한 물음을 감내하는 것이다. 철학적 정신은 묻는 데 있다. 묻지 않는 곳에 해답이 있을 수 없고, 물음이 없는 곳에 철학적 고민이 있을 리 없다. 모든 해답은 물음 속에 내재하는 것이다.

 

또한 철학적 정신은 비상(非常)하고 비적시적(非適時的)인 것이다. 앞서 말했듯 철학은 학리적 앎을 추구하기에, 목전의 직접적 소여나 경험적 앎을 탐구하고자 하지 않는다. 철학은 일반으로 존재하는 것의 궁극적 근원과 원리를 구명하고자 한다. 따라서 존재의 특수영역을 다루는 개별과학과는 구별된다. 철학은 목전의 이용후생에 봉사하는 기술적 지식이 아니기에 반드시 적시적(zeitgemäß)인 것이 아니다.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에서 철학은 언제나 자기의 시대보다 훨씬 앞질러서 기투되어 있거나, “자기의 시대를 그 이전에 있던 것 즉 원초적으로 있던 것에 소행(遡行)해서 결합하기 때문철학은 본질적으로 비적시적(非適時的)이다.”라고 말한다. 동시에 철학은 비상(非常)한 것이다. 철학의 근본 문제인 존재에 대한 물음은 사실 해결의 터무니조차 없어 보이는 물음이기도 하다. 그러나 위대한 철학적 정신은 이 물음을 묻거나 그냥 지나쳐 버리지 않았다. 혹자가 보기에 지극히 어리석어 보일 수 있는 이 철학의 출발점은 상식(常識)의 입장에서 볼 때 비상(非常)한 것임에 분명하다.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선악의 저편에서 철학자란 언제나 비상한 것을 체험하고 보고 듣고 의심하고 희망하고 꿈꾸는 사람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철학이 자기의 시대를 앞질러서 선구적으로 묻는 것은 마땅히 있어야 할 올바른 현실을 날카로운 형안으로 예시하기 위함이요. 자기 시대를 소행해서 근원적으로 묻는 것은 현실을 그 근원에 있어서 구명하고 정초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철학적 탐구가 비적시적이고 비현실적인 까닭은 허망한 것처럼 보이는 그 현실과 그 시대를 근원에 있어서 정초하고 변호하기 위함인 것이다. 헤겔(G.W.F Hegel, 1770-1831)역사철학강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철학은 이 신적 이념의 내용 및 그 현실성을 인식하여 모멸된 현실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앞서의 이해에 따라 철학 또는 철학적 정신을 더욱 면밀히 규정해보자면

학리적 앎을 향한 사랑

근원에 대한 물음을 감내하는 태도

시대를 자기의 척도 밑에 두는 앎

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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